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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변태 할머니야!" 며느리 침실에 '초소형 카메라' 숨긴 시어머니... 6개월간 찍힌 영상이 이미 유출됐다고? (실화)
【진솔한 대화】오디오 드라마 대본
해시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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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400자)
"30년을 한 가족으로 살았는데, 그 사람이 우리 방에 카메라를 설치했대요."
시어머니가 며느리 부부의 침실에 몰래 설치한 초소형 카메라. 6개월간 녹화된 사생활 영상은 온라인에까지 유출되고 있었다. "며느리가 아들을 학대하는 줄 알았다"는 시어머니의 변명, "엄마 이해해줘"라는 남편의 2차 가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감시와 통제, 그리고 배신.
과연 며느리는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늘 〈진솔한 대화〉에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끝까지 들으시면 당신의 '가족'을 다시 보게 될 겁니다.
※ 균열의 시작
수진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다섯 시 반에 눈을 떴다. 남편 민수가 출근하기 전에 아침을 차려야 하고, 시어머니 옥분 씨가 기상하시기 전에 거실 청소를 끝내야 했다.
"오늘은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된장찌개를 끓여드려야지."
수진은 혼잣말을 하며 두부를 썰었다. 결혼한 지 벌써 8년. 시어머니와 함께 산 지도 6년이 넘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어머, 벌써 일어나셨어요?"
시어머니 옥분이 부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머리를 단정히 빗은 모습. 언제나처럼 수진의 요리 솜씨를 확인하듯 냄비 뚜껑을 열어봤다.
"찌개 간은 맞춰봤어?"
"아직이요. 이따 마지막에 맞추려고요."
"에휴, 그러면 안 되지. 간은 미리 맞춰놔야 깊은 맛이 나는 거야. 내가 몇 번을 말했어?"
"...네, 알겠습니다."
수진은 고개를 숙였다. 시어머니의 잔소리는 늘 이렇게 시작됐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지적하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고쳐주는 방식.
"그리고 수진아, 어제 밤에 민수랑 싸웠어?"
"...예? 아니에요. 왜요?"
"밤에 소리가 좀 들리더라고. 목소리 톤이 높았던 것 같은데."
수진은 잠시 멈칫했다. 어젯밤 민수와 대화를 나눈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싸운 건 아니었다. 그냥 아이 교육 문제로 의견을 나눈 것뿐이었는데...
"싸운 거 아니에요. 그냥 얘기 좀 한 거예요."
"얘기를 그렇게 큰 소리로 해? 에휴, 부부는 조용히 대화해야지. 이 집이 얼마나 오래된 집인데, 소리가 다 들린다니까."
시어머니는 된장찌개에 간장을 더 넣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 수진이 네가 민수한테 좀 차갑게 구는 것 같더라. 남편한테는 따뜻하게 대해줘야지."
"...네."
수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대꾸하면 더 길어지는 걸 알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말투로 충고를 계속했다.
"그리고 어제 낮에 친구 만났다며? 누구 만났어?"
"...고등학교 동창이요."
"이름이 뭐야?"
"은지요."
"은지? 그 애 결혼했어?"
"아직이요."
"에휴, 그런 애들이랑 자주 만나면 안 좋아. 결혼 안 한 애들은 생각이 다르거든. 수진이 네가 괜히 영향 받으면 어떡해."
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엄마!"
일곱 살 아들 지훈이가 방에서 나오며 수진에게 달려왔다.
"우리 아가, 잘 잤어?"
"응! 엄마, 오늘 유치원 가기 싫어."
"왜? 친구들이랑 놀면 재밌잖아."
"선생님이 무서워..."
수진이 지훈이를 안아 올리려는 순간, 시어머니가 지훈이를 가로챘다.
"우리 지훈이, 할머니한테 와봐. 아가야, 선생님 무섭지 않아. 할머니가 오늘 같이 가줄까?"
"할머니!"
지훈이는 순식간에 시어머니 품에 안겼다. 수진은 허공에 떠 있는 두 손을 천천히 내렸다.
"어머니, 제가 데려다줄게요."
"아니야, 내가 데려다줄게. 요즘 수진이 네가 피곤해 보이더라고. 좀 쉬어."
"괜찮아요. 제가..."
"아니, 내가 데려다줄게. 지훈아, 할머니랑 갈까?"
"응!"
수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늘 이랬다. 겉으로는 며느리를 배려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걸 통제했다. 손주와의 시간도, 며느리의 일상도, 심지어 부부 사이의 대화까지도.
"엄마, 아침 다 됐어요?"
민수가 넥타이를 매며 부엌으로 들어왔다.
"응, 다 됐어. 앉아."
수진은 상을 차렸다. 민수는 밥을 먹으면서도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민수야, 밥 먹을 때는 핸드폰 좀 내려놔."
시어머니가 민수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민수는 순순히 핸드폰을 내려놨다.
"어머니 말씀이 맞아. 미안해요."
수진은 민수에게도 똑같이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민수는 "좀 이따 볼게"라며 수진의 말은 무시했었다.
식사는 조용히 진행됐다. 시어머니는 민수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며 말을 이었다.
"오늘 회사 일찍 끝나니?"
"아니요, 오늘 회식 있어요."
"또? 요즘 회식이 너무 잦은 거 아니야?"
"괜찮아요. 팀장님이랑 관계 유지해야 하는데."
"그래도 집에도 좀 일찍 들어와야지. 수진이도 기다릴 텐데."
민수는 수진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수진은 밥을 먹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안 기다려. 늦게 들어와도 상관없어.'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시어머니가 있는 자리에서 남편에게 대들면, 또 "며느리가 남편을 무시한다"는 말을 듣게 될 테니까.
민수는 밥을 다 먹고 가방을 챙겼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와, 아들."
시어머니가 민수에게 인사를 했다. 수진도 따라서 말했다.
"다녀와요."
민수는 수진에게는 고개만 끄덕이고 현관문을 나섰다.
수진은 혼자 남은 식탁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뭔가... 이상해. 요즘 시어머니가 우리 부부 사이를 너무 자세히 알고 계셔. 밤에 우리 대화 소리가 들렸다고? 우리 방이랑 시어머니 방은 복도 건너편인데... 그렇게 잘 들릴 리가 없는데.'
하지만 수진은 그 생각을 곧 떨쳐냈다.
'괜한 의심이겠지. 설마...'
※ 발견
그날 오후, 수진은 환절기를 맞아 옷장 정리를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지훈이를 데리고 마트에 갔고, 집에는 수진 혼자뿐이었다.
"겨울 옷은 위쪽에 올려놓고... 봄옷은 아래로 내려야지."
수진은 옷걸이를 하나씩 빼내며 정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옷장 위쪽 구석,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곳에서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
"어? 저게 뭐지?"
수진은 의자를 가져와 올라섰다. 옷장 위 틈새에 작은 검은색 물체가 있었다. 처음엔 먼지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렌즈 같은 게 달려 있었다.
"설마..."
수진은 떨리는 손으로 그 물체를 집어 들었다. 손톱만 한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였다. 렌즈 옆에는 빨간 불빛이 깜박이고 있었다.
작동 중이라는 뜻이었다.
"이게... 이게 뭐야?"
수진의 입에서 신음 같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손이 떨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누가... 누가 이런 걸 우리 방에..."
수진은 급히 의자에서 내려와 방 안을 둘러봤다. 혹시 또 다른 카메라가 있는 건 아닐까. 침대 밑, 책장 뒤, 서랍장 위... 온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발견했다.
침대 맞은편 책장 위, 액자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카메라.
"하나가 아니야... 여러 개야..."
수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카메라들이 얼마나 오래 이 자리에 있었던 걸까. 누가 설치한 걸까.
그리고 무엇을 찍은 걸까.
수진은 카메라를 손에 쥔 채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부부의 대화, 옷 갈아입는 모습, 잠자는 모습, 그리고...
"안 돼, 안 돼..."
수진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부부의 사생활까지 모두 녹화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구역질이 났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
외부 침입자? 아니다. 이 집은 보안이 철저하다. 현관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족 중 누군가?
수진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시어머니.
"설마... 설마 어머니가?"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시어머니가 아무리 그래도 이런 짓까지..."
그런데 이상했다. 왜 하필 카메라가 옷장 위와 책장 위에 있는 걸까. 그 위치는 침대와 옷장이 모두 보이는 곳이다. 누군가 일부러 그 위치를 계산해서 설치한 게 분명했다.
수진은 카메라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남편 민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 지금 당장 집에 와봐."
"왜? 무슨 일이야?"
"말로 설명할 수 없어. 빨리 와줘. 진짜 큰일 났어."
"무슨 소리야? 나 지금 회의 중인데..."
"회의 취소하고 와! 지금 당장!"
수진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찾기 시작했다. 혹시 또 있을지 몰랐다.
화장대 서랍 안, 옷장 안쪽 구석, 심지어 침대 밑까지. 수진은 방 안 곳곳을 뒤졌다.
그리고 또 하나를 발견했다.
화장대 서랍 안쪽에 붙어 있는 초소형 카메라. 이건 서랍을 열 때마다 안쪽을 찍도록 설치돼 있었다.
"미쳤어... 진짜 미쳤어..."
수진은 세 개의 카메라를 손에 쥐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온몸이 떨렸다. 분노와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왜 나를 이렇게 감시한 거야.'
한 시간쯤 지났을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진아! 무슨 일이야?"
민수가 숨을 헐떡이며 집으로 들어왔다. 수진은 소파에서 일어나 민수에게 카메라를 내밀었다.
"이거... 이거 봐."
"이게 뭔데?"
"카메라야. 우리 방에서 찾았어. 옷장 위, 책장 위, 화장대 안... 세 개나 있었어."
민수는 카메라를 받아 들고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게... 진짜 카메라야?"
"그럼 뭐겠어! 지금 작동 중이야. 빨간 불빛 보이지?"
민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누가... 누가 이런 걸 설치한 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우리 집 비밀번호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는데?"
"...우리 가족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가족 중에 누군가가 이런 짓을 한 거라고!"
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수는 카메라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진이 발견했던 위치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민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전문적으로 설치한 거야. 위치도 계산되어 있고, 각도도 완벽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럼 누가 한 거야?"
민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수진은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여보, 혹시... 혹시 알고 있었어?"
"뭘?"
"이 카메라... 혹시 네가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알아!"
민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수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누가 한 거야! 대체 누가 우리 방에 이런 걸 설치한 거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바로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녀왔어요! 지훈이가 마트에서 과자 사 달라고 해서..."
시어머니 옥분의 목소리였다.
수진과 민수는 동시에 거실로 나갔다. 옥분은 장바구니를 들고 현관에 서 있었다. 그리고 수진과 민수의 표정을 보더니 멈칫했다.
"왜들 그래? 무슨 일 있어?"
수진은 손에 카메라를 쥐고 시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어머니... 이게 뭔지 아세요?"
"그게 뭔데?"
"카메라예요. 우리 방에서 찾았어요. 세 개나요."
옥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러나 곧 태연한 척 말했다.
"카메라?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우리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
"그걸 제가 묻고 싶어요. 누가 설치했느냐고요."
"나는 몰라. 외부 침입자가 들어온 거 아니야?"
"외부 침입자요? 우리 집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요?"
수진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옥분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수진아, 진정해. 내가 왜 그런 걸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럼 누가 했어요? 도대체 누가!"
"나는 몰라!"
"어머니!"
수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어머니가 한 거 맞죠? 우리 방을 감시한 거 맞죠?"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너희 방을 감시해!"
"그럼 왜 우리 부부 대화 내용을 그렇게 자세히 알고 계셨어요? 어제 밤에 소리가 들렸다고 하셨잖아요. 우리 방이랑 어머니 방은 복도 건너편인데, 어떻게 그렇게 잘 들려요?"
옥분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민수를 바라봤다.
"민수야... 나 좀 도와줘..."
민수는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엄마... 혹시... 혹시 정말..."
"야! 너마저 엄마를 의심하는 거야?"
옥분은 울먹이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그냥 너희가 걱정돼서... 수진이가 민수 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수진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힘이 빠졌다.
"뭐라고요?"
"수진이 네가 요즘 민수한테 차갑게 대하잖아. 그래서... 그래서 확인하고 싶었어..."
"확인요? 카메라를 설치해서요?"
수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어머니를 바라봤다.
"어머니... 어머니가 정말... 정말 이런 짓을 하신 거예요?"
옥분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 부정과 역공
"미안해?"
수진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하다고요? 어머니, 지금 농담하시는 거예요?"
"수진아, 진정해. 나는 정말..."
"진정하라고요? 어머니가 우리 방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우리 사생활을 몰래 훔쳐보고, 녹화까지 해놓고, 지금 진정하라고요?"
수진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지훈이가 할머니 뒤에서 겁먹은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 왜 그래..."
"지훈아, 방으로 들어가 있어. 어른들이 얘기 좀 할게."
수진이 지훈이에게 말했지만, 옥분이 먼저 지훈이를 끌어안았다.
"지훈아, 할머니랑 할머니 방에 가 있자. 응?"
"수진아, 아이 앞에서 이러지 마."
민수가 수진을 말렸다. 하지만 수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이 앞에서 이러지 말라고요? 그럼 여보는 어머니가 우리 방에 카메라 설치한 거는 괜찮다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그럼 뭐예요? 지금 어머니 편 들어주시는 거예요?"
민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옥분은 지훈이를 데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거실에는 수진과 민수만 남았다.
"여보..."
민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단 진정하고... 차근차근 얘기해보자. 엄마한테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물어본다고요? 지금 뭘 더 물어봐요?"
"엄마도 이유가 있었을 거 아냐. 우리한테 말 못 할 사정이..."
"사정요? 무슨 사정이 있으면 며느리 부부 방에 카메라를 설치해요?"
수진은 민수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여보, 혹시... 혹시 알고 계셨어요?"
"뭘?"
"어머니가 카메라 설치한 거요."
"아니, 나는 진짜 몰랐어."
"정말요?"
"정말이야."
민수는 수진의 눈을 피했다. 수진은 그 모습에서 확신했다. 민수는 알고 있었다. 아니, 최소한 의심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보... 여보는 언제부터 눈치챘어요?"
"...수진아."
"대답해요.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요?"
민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한 달 전쯤."
"뭐라고요?"
"엄마가... 엄마가 우리 대화 내용을 너무 자세히 알고 계셔서... 이상하다 싶었어. 그래서 확인해봤는데..."
"확인해봤다고요? 그럼 카메라가 있는 걸 알았다는 거잖아요!"
"그래, 알았어. 알았는데..."
"알았는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요?"
"엄마가... 엄마가 잘못 생각하신 거라고 했어. 네가 나한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서, 혹시 바람피우는 건 아닌가 확인하려고 했다고..."
수진은 귀를 의심했다.
"바람피운다고요? 내가요?"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셨대. 네가 요즘 친구들 자주 만나고, 핸드폰도 신경 쓰고, 나한테는 차갑게 대하고..."
"그래서요? 그래서 카메라를 설치한 게 정당하다는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뭐예요! 지금 어머니 변명을 대신해주시는 거예요?"
민수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내가... 내가 엄마를 말렸어야 했는데."
"말렸어야 한다고요? 당장 경찰에 신고했어야죠!"
"경찰?"
민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건 좀..."
"왜요? 이게 범죄 아니에요?"
"그래도 엄마잖아. 우리 엄마고..."
"엄마면 다예요? 엄마면 며느리 사생활 침해해도 되는 거예요?"
수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핸드폰을 꺼내 112를 누르려는 순간, 민수가 수진의 손을 붙잡았다.
"수진아, 제발. 일단 진정하고..."
"손 놔요!"
"우리끼리 해결하자. 응? 경찰까지 부르면 일이 커져."
"일이 커진다고요? 이미 충분히 큰 일이에요!"
"엄마가... 엄마가 이제 안 그러신다고 했어. 카메라도 다 치우겠다고 하고..."
"치운다고요? 그럼 끝이에요?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사생활 다 녹화한 건요? 그 영상들은 어디 있어요?"
민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여보, 그 영상들 어디 있는지 알아요?"
"...엄마 방에 있을 거야. 노트북에 저장해뒀을 거고..."
"그럼 당장 가서 확인해봐야죠!"
수진은 시어머니 방으로 향했다. 민수가 황급히 수진을 막아섰다.
"수진아, 잠깐만. 엄마 방에 함부로 들어가면..."
"함부로요? 어머니는 우리 방에 카메라 설치해놓고, 나는 어머니 방에 들어가는 것도 안 되는 거예요?"
수진은 민수를 밀치고 시어머니 방문을 두드렸다.
"어머니! 문 열어요!"
안에서 아무 대답이 없었다. 수진은 문고리를 잡았지만 잠겨 있었다.
"어머니! 당장 문 열라고요!"
"수진아... 나 좀 혼자 있게 해줘..."
옥분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혼자 있게요? 어머니, 지금 그 노트북으로 뭐 하시는 거예요? 혹시 영상 지우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거짓말! 지금 당장 문 열어요!"
수진은 문을 세게 두드렸다. 민수가 수진을 뒤에서 끌어안으며 말렸다.
"수진아, 제발... 일단 진정해..."
"놔요! 당신은 왜 자꾸 어머니 편만 들어요!"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그럼 뭐예요!"
수진은 민수를 뿌리치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그 순간,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딸깍. 딸깍.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어머니! 지금 뭐 하세요! 영상 지우시는 거죠?"
"아니야! 나는 아무것도 안 해!"
하지만 키보드 소리는 계속됐다. 수진은 문을 발로 찼다.
"당장 문 열라고요!"
"수진아! 진정해!"
민수가 수진을 붙잡았지만 수진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그때였다.
안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옥분의 당황한 목소리.
"여보세요? ...네,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네..."
전화를 받는 목소리였다. 수진은 귀를 문에 바짝 댔다.
"누구예요, 아들은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네, 영상은 제가 잘 보관하고 있어요..."
영상?
수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머니! 지금 누구랑 통화하시는 거예요!"
안에서 갑자기 조용해졌다. 전화를 끊은 것 같았다.
수진은 민수를 돌아봤다.
"여보, 방문 열쇠 어디 있어요?"
"...수진아, 그건..."
"빨리 가져와요! 당장!"
민수는 할 수 없이 현관 신발장에서 예비 열쇠를 가져왔다. 수진은 그 열쇠로 방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옥분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화면에는...
"이게... 이게 뭐예요?"
수진은 노트북 화면을 보고 말을 잃었다.
※ 증거 확보
노트북 화면에는 폴더가 가득했다.
'2024년 9월', '2024년 10월', '2024년 11월'... 날짜별로 정리된 폴더들. 그리고 각 폴더 안에는 수십 개의 영상 파일이 들어 있었다.
"이게... 전부 우리 방 영상이에요?"
수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옥분은 노트북을 닫으려 했지만 수진이 먼저 손을 뻗어 노트북을 가로챘다.
"안 돼!"
옥분이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수진은 노트북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민수와 옥분이 뒤따라 나왔다.
"수진아, 그거 내려놔..."
"내려놓으라고요? 이게 증거예요. 어머니가 우리를 감시한 증거라고요!"
수진은 노트북을 소파 위에 올려놓고 폴더를 하나씩 열어봤다.
첫 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화면에는 수진과 민수가 침대에 앉아 대화하는 모습이 나왔다.
"여보, 이번 주말에 친정 좀 다녀올까?"
"또? 지난주에도 갔다 왔잖아."
"엄마가 몸이 안 좋으시대. 병원 좀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아."
평범한 부부의 대화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녹화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수진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두 번째 영상을 재생했다. 이번에는 수진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었다.
"...!"
수진은 급히 영상을 껐다. 손이 떨렸다. 옷 갈아입는 모습까지 녹화되어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가... 이런 걸 다 보신 거예요?"
옥분은 고개를 돌렸다.
"나는... 나는 그냥 너희가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확인요? 이게 확인이에요? 이건 범죄예요! 불법 촬영이라고요!"
수진은 다른 폴더들을 열어봤다. 6개월 치 영상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다. 날짜별, 시간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폴더가 눈에 띄었다.
'백업_외부공유용'
"이게 뭐예요?"
수진은 그 폴더를 클릭했다. 안에는 영상 파일 대신 링크가 적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링크였다.
"설마..."
수진은 링크를 클릭했다. 그리고 화면에 뜬 게시물을 보고 온몸이 굳어졌다.
커뮤니티 게시판 제목: '며느리 실체 폭로합니다'
작성자: 착한시어머니
내용: '우리 며느리가 아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세요. 겉으로는 착한 척하지만 집에서는 완전히 다릅니다. 증거 영상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에는 수진과 민수의 대화 영상 일부가 올라와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가... 이걸 인터넷에 올리신 거예요?"
옥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진은 게시물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에휴, 요즘 며느리들이 다 저래요.'
'시어머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겠네요.'
'아들한테 저렇게 대하면 안 되지...'
수진은 믿을 수 없었다. 시어머니가 자신을 감시한 것도 모자라, 그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서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수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분노가 아니라 배신감이었다. 6년 동안 한 가족으로 살았던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수진아..."
민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수진은 민수를 밀쳐냈다.
"여보도 알고 있었죠? 어머니가 이런 짓 하는 거?"
"아니, 나는 커뮤니티에 올린 건 몰랐어..."
"거짓말! 한 달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요!"
"카메라 설치한 건 알았지만, 인터넷에 올린 건 진짜 몰랐어!"
민수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수진은 더 이상 민수를 믿을 수 없었다.
수진은 다시 노트북으로 돌아가 게시물을 더 찾아봤다.
그리고 발견했다.
같은 아이디로 올라온 게시물이 수십 개였다. 모두 수진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며느리가 남편을 무시합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말을 안 듣습니다'
'며느리가 친정만 챙깁니다'
그리고 각 게시물마다 수진의 일상이 담긴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물론 편집되어 있었다. 수진이 민수에게 짜증 내는 부분만 잘라서, 수진이 나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어머니... 이게 다 뭐예요? 왜 이런 짓을 하신 거예요?"
옥분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너를 이 집에서 내보내고 싶었어."
"뭐라고요?"
"너는... 너는 우리 민수한테 안 맞는 사람이야. 처음부터 그랬어. 네가 민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수진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요? 그래서 저를 감시하고, 영상을 찍고, 인터넷에 올려서 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한 거예요?"
"나는... 나는 그냥 민수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행복요? 어머니가 저한테 이런 짓 하는 게 민수 행복이에요?"
옥분은 고개를 숙였다.
"너만 없으면... 민수는 다시 예전처럼 밝아질 거야..."
수진은 그 말을 듣고 모든 걸 이해했다.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수진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수진을 집에서 쫓아내기 위해 이 모든 일을 계획한 것이다.
"여보..."
수진은 민수를 돌아봤다.
"여보는 어떻게 생각해요? 어머니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민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수진은 웃음이 나왔다. 허탈한 웃음이었다.
"여보도... 여보도 어머니랑 같은 생각이었던 거네요."
"수진아, 그게 아니라..."
"됐어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
수진은 노트북을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옷가지 몇 개를 가방에 쑤셔 넣었다.
"수진아! 어디 가는 거야!"
민수가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친정 갈 거예요."
"지금? 밤에?"
"네.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
"수진아, 진정하고 얘기 좀 해보자..."
"얘기요? 무슨 얘기를 더 해요? 어머니는 절 감시했고, 인터넷에 제 사생활을 올렸고, 여보는 그걸 알고도 묵인했어요. 더 이상 무슨 얘기가 필요해요?"
"나는... 나는 정말 커뮤니티에 올린 건 몰랐다니까..."
"알았든 몰랐든 상관없어요. 여보는 카메라 있는 거 알고도 저한테 말 안 해줬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수진은 가방을 챙겨 현관으로 향했다. 옥분이 막아섰다.
"수진아... 미안해. 내가... 내가 잘못했어..."
"비켜주세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줘..."
"용서요?"
수진은 옥분을 똑바로 쳐다봤다.
"어머니, 전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어요. 절대로요."
수진은 옥분을 밀치고 현관문을 열었다.
"수진아!"
민수가 뒤따라 나왔지만 수진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 타고는 친정으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수진은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모든 영상 파일과 커뮤니티 게시물을 USB에 복사했다.
'이건... 증거야. 어머니를 고소할 증거.'
수진은 눈물을 닦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검색창에 입력했다.
'불법 촬영 신고 방법'
※ 진실의 심연
친정 집 작은 방. 수진은 노트북 앞에 앉아 밤새 증거를 정리했다. 엄마가 따뜻한 차를 들고 들어왔다.
"수진아, 좀 자야지. 벌써 새벽 세 시야."
"엄마, 잠깐만요. 이것만 끝내고..."
수진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어머니가 올린 커뮤니티 게시물들을 하나하나 캡처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정말 그런 짓을 했어?"
엄마의 목소리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네. 6개월 동안이요. 제가 옷 갈아입는 것까지 다 찍었어요."
"세상에... 그게 시어머니가 할 짓이니..."
엄마는 한숨을 쉬며 수진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엄마, 저 이혼할 거예요."
"...수진아."
"민수도 알고 있었어요. 한 달 전부터요. 그런데 저한테 말도 안 해주고... 어머니 편만 들고..."
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는 수진을 꼭 안아주었다.
"울지 마.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엄마... 전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시어머니한테도 잘하려고 했고, 민수한테도 좋은 아내가 되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요..."
"네 잘못이 아니야. 그 사람들이 이상한 거지."
수진은 엄마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다시 노트북으로 돌아갔다.
"엄마, 저 내일 경찰서 갈 거예요. 고소장 제출하고..."
"그래, 그래야지. 이건 명백한 범죄야."
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파일을 정리했다. 그런데 그때, 한 폴더가 눈에 띄었다.
'민수 상담 기록'
"이게 뭐지?"
수진은 폴더를 열었다. 안에는 문서 파일이 하나 있었다. 수진은 파일을 클릭했다.
화면에 뜬 내용을 보는 순간, 수진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아들 민수 심리 상담 일지'
날짜: 2024년 6월 15일
상담사: 어머니(옥분)
증상: 아내(수진)에 대한 불만 호소. "아내가 자꾸 친정만 챙긴다", "나한테는 관심이 없다"
처방: 아내 행동 패턴 관찰 필요. 외도 가능성 배제 불가.
"뭐... 뭐야, 이게..."
수진은 계속 읽어 내려갔다.
날짜: 2024년 7월 3일
관찰 결과: 아내가 핸드폰을 자주 확인함. 웃으면서 문자 보내는 모습 포착.
의심 대상: 고등학교 동창 '은지'. 자주 만나는 것으로 확인됨.
조치: 아내 방에 관찰 장치 설치 필요.
수진의 손이 떨렸다.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 모든 걸 준비했던 것이다.
날짜: 2024년 7월 10일
장치 설치 완료: 침실 3곳에 소형 카메라 설치.
민수 반응: "엄마,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에요?" → "네 행복을 위한 거야. 아내가 정말 너를 사랑하는지 확인해야지."
민수 동의: 소극적이나 반대하지 않음.
"민수가... 동의했다고?"
수진은 믿을 수 없었다. 민수는 몰랐다고 했다. 한 달 전에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기록에 따르면, 민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수진은 계속 읽어 내려갔다.
날짜: 2024년 8월 20일
관찰 결과: 아내의 외도 증거 없음. 그러나 남편에 대한 애정 표현 부족.
민수 상담: "엄마, 수진이는 원래 그래요. 표현을 잘 못하는 거지, 날 안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나의 답변: "아들아, 네가 모르는 게 있어. 여자는 사랑하면 표현하게 돼 있어. 수진이가 표현 안 하는 건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야."
수진은 화면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시어머니는 민수를 세뇌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날짜: 2024년 9월 5일
계획 수립: 수진 내보내기 프로젝트
1단계: 커뮤니티에 수진의 나쁜 모습 게시 → 여론 형성
2단계: 민수에게 지속적으로 수진의 문제점 주입 → 이혼 결심 유도
3단계: 손주 양육권 확보 → 수진 없이도 가족 유지 가능함을 증명
최종 목표: 수진 이혼 후, 민수 재혼 (내가 선택한 여자와)
수진은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 노트북을 덮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엄마... 이거 봐요..."
수진은 엄마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엄마는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가 표정이 굳어졌다.
"이건... 이건 완전히 미친 사람이잖아..."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절 쫓아낼 계획이었어요. 그리고 민수도... 민수도 알고 있었어요..."
수진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번엔 슬픔보다는 분노였다.
"엄마, 저 절대 용서 안 할 거예요. 절대로요."
"그래, 용서하지 마. 이건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엄마는 수진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엄마가 내일 같이 경찰서 가줄게. 변호사도 알아보고."
"고마워요, 엄마."
수진은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 폴더를 확인했다.
'추가 증거 자료'
폴더 안에는 시어머니와 누군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캡처되어 있었다.
상대방: 언니, 며느리 어떻게 됐어?
옥분: 아직이야. 근데 곧 나갈 것 같아. 요즘 분위기가 싸늘해.
상대방: 잘됐네. 그 여자 없어지면 민수 재혼 시켜야지.
옥분: 맞아. 내가 벌써 좋은 여자 하나 점찍어뒀어. 우리 민수한테 딱이야.
상대방: 누군데?
옥분: 교회 집사님 딸. 얌전하고 시어머니 말 잘 들을 것 같더라고.
상대방: 오, 좋겠다! 빨리 수진이 내보내.
옥분: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어.
수진은 대화 내용을 보며 온몸이 떨렸다. 시어머니는 이미 자신의 대체자까지 찾아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이 사람들... 완전히 미쳤어..."
수진은 모든 파일을 USB에 복사했다. 그리고 원본 노트북은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따로 보관했다.
새벽 다섯 시. 수진은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명료해졌다.
'이혼해야 돼. 그리고 지훈이 양육권도 꼭 가져와야 해. 저 사람들한테 내 아들을 맡길 순 없어.'
수진은 핸드폰을 열고 변호사 사무실을 검색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나온 곳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상담 예약하고 싶은데요..."
※ 가족의 붕괴
다음 날 오전. 수진은 엄마와 함께 경찰서에 갔다. 담당 형사는 증거 자료를 보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명백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입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해당하고요."
"처벌이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더군다나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했다면 가중처벌 대상입니다. 최대 7년 이하 징역형까지 가능합니다."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소하겠습니다. 시어머니하고... 남편도요."
"남편분도요?"
"네. 남편도 알고 있었어요. 이 문서 보세요."
수진은 민수의 동의 기록이 담긴 문서를 보여줬다. 형사는 내용을 읽어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이건... 방조죄로 처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범죄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으니까요."
"얼마나 걸리나요? 재판까지요."
"증거가 명확하니까... 빠르면 3개월, 늦어도 6개월 안에 1심 판결 나올 겁니다."
수진은 고소장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 경찰서를 나오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제 변호사 사무실 가야 돼요."
"그래. 가자."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변호사 사무실로 향했다. 상담을 맡은 변호사는 4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안녕하세요. 김지연 변호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이혼 상담받으러 왔습니다."
수진은 변호사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변호사는 증거 자료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됩니다. 게다가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고요."
"위자료요?"
"네. 남편분이 범죄를 방조했고, 부부간 신의를 저버렸으니까요. 최소 5천만 원에서 1억까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수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많이요?"
"네. 그리고 재산분할도 받으셔야죠. 결혼 생활 8년 동안 수진님께서 전업주부로 가정을 돌보셨잖아요. 당연히 재산의 절반은 수진님 몫입니다."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어요..."
"남편분 직장, 집, 예금... 다 조회해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변호사는 수진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양육권이죠?"
"네... 제 아들 지훈이는 제가 키우고 싶어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어머니가 주양육자였고, 아버지 측은 범죄에 연루되어 있으니까요. 법원에서도 어머니 손을 들어줄 겁니다."
수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제가 끝까지 도와드릴게요."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수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민수였다.
"..."
수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민수는 계속 전화를 걸어댔다. 결국 수진은 전화를 받았다.
"왜요."
"수진아... 어디야? 집에 와. 우리 얘기 좀 하자."
"할 얘기 없어요."
"수진아, 제발... 나 진짜 몰랐어. 엄마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거짓말하지 마요. 문서 다 봤어요. 여보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건..."
"이혼할 거예요. 변호사 선임했고, 고소장도 제출했어요."
"뭐? 고소장?"
"네. 어머니 불법 촬영죄로 고소했고, 여보도 방조죄로 고소했어요."
민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진아... 진정해. 우리 그렇게까지 하지 말고..."
"진정하라고요?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가족끼리 법정까지 가면... 안 되잖아..."
"가족이요?"
수진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가족이 이런 짓 해요? 며느리 방에 카메라 설치하고, 사생활 인터넷에 올리고, 쫓아낼 계획 세우는 게 가족이에요?"
"엄마가... 엄마가 잘못 생각하신 거야..."
"잘못 생각한 게 아니에요. 계획적으로 한 거예요. 문서 다 있어요. 증거 다 있다고요."
"수진아..."
"그리고 여보, 한 가지 더 물어볼게요."
"...뭔데."
"교회 집사님 딸, 만나봤어요?"
민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건... 어떻게..."
"어머니가 이미 여보 재혼 상대 정해놨더라고요. 알고 있었어요?"
"아니... 나는 몰랐어..."
"거짓말. 어머니랑 여보는 한편이었어요. 처음부터요."
"수진아, 정말 아니야..."
"됐어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법정에서 봐요."
수진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엄마를 돌아봤다.
"엄마, 우리 집 가요. 제 짐 싸야 돼요."
"지금?"
"네. 지훈이도 데려와야 하고요."
두 사람은 다시 택시를 타고 시댁으로 향했다. 집 앞에 도착하자 민수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수진아..."
"비켜요."
"얘기 좀 하자..."
"비키라고요!"
수진은 민수를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시어머니 옥분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
"수진아... 미안해..."
"비켜요. 제 짐 싸러 왔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줘..."
"용서요?"
수진은 옥분을 똑바로 쳐다봤다.
"어머니, 저 어머니 고소했어요. 경찰서에서 조사 나올 거예요. 각오하세요."
옥분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고소... 고소라니..."
"당연하죠. 범죄자니까요."
수진은 방으로 들어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옷, 화장품, 중요한 서류들... 모든 걸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지훈이 방으로 갔다. 지훈이는 할머니와 함께 있었다.
"지훈아, 엄마 왔어."
"엄마!"
지훈이가 수진에게 달려왔다. 수진은 지훈이를 꽉 안아주었다.
"지훈아, 우리 잠깐 외할머니 집에 갈 거야. 응?"
"왜? 집에 있으면 안 돼?"
"조금만 참아. 엄마가 다 설명해줄게."
옥분이 지훈이를 붙잡으려 했다.
"지훈아, 할머니랑 있자..."
"손 떼세요!"
수진은 옥분의 손을 뿌리쳤다.
"제 아들한테 손대지 마세요."
"수진아... 제발..."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법정 말고는요."
수진은 지훈이를 안고 집을 나섰다. 민수가 뒤따라 나왔다.
"수진아! 지훈이까지 데려가지 마!"
"왜요? 제 아들인데요."
"내 아들이기도 해!"
"여보는 아들 볼 자격 없어요. 범죄자니까요."
수진은 택시에 올라탔다.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택시가 출발했다. 뒤에서 민수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지만, 수진은 고개를 돌렸다.
지훈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언제 집에 와?"
"...지훈아, 우리 이제 새로운 집에서 살 거야."
"새로운 집?"
"응. 엄마랑 지훈이만의 집."
지훈이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수진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야. 긴 싸움이 될 거야.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 반격과 법적 대응
2주 후. 경찰서 조사실.
시어머니 옥분은 형사 앞에 앉아 있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피의자 옥분 씨, 2024년 7월부터 12월까지 며느리 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한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네."
"그리고 그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사실도 인정하십니까?"
"네... 하지만 저는..."
"하지만?"
"저는 나쁜 의도가 아니었어요. 그냥... 그냥 며느리가 아들을 제대로 돌보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형사는 한숨을 쉬었다.
"옥분 씨,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며느리의 옷 갈아입는 모습, 부부의 사생활까지 촬영하신 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옥분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명백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입니다."
형사는 서류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피해자 측에서 엄벌을 요청했습니다.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고, 재판까지 가게 될 겁니다."
"재판이요...?"
옥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네. 각오하세요."
같은 시각, 변호사 사무실.
수진은 김지연 변호사와 마주 앉아 있었다.
"경찰 조사는 잘 끝났습니다. 시어머니 측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했고요."
"다행이네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뭔데요?"
"남편 측에서 합의를 제안했습니다."
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합의요?"
"네. 시어머니 처벌을 가볍게 해달라고요. 그 대신 위자료를 더 올려주겠다고 합니다."
"...얼마나요?"
"1억 5천만 원입니다. 그리고 집도 수진 씨 명의로 넘기겠다고 하고요."
수진은 잠시 생각했다.
"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재판 가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신적으로도 힘들 거예요."
"하지만 시어머니는 처벌받아야 해요."
"물론입니다. 합의하더라도 집행유예 정도는 받을 겁니다. 전과 기록도 남고요."
수진은 고민에 빠졌다. 돈도 중요하지만, 시어머니를 제대로 처벌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생각해볼게요."
"네, 천천히 생각하세요. 다음 주까지 답변 주시면 됩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수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수진 씨죠? 저는 MBC 〈실화탐사대〉 작가입니다."
"네...?"
"수진 씨 사건에 대해 들었습니다. 혹시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인터뷰요?"
"네. 시어머니의 며느리 감시 사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피해를 겪고 계실 거예요."
수진은 잠시 망설였다.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수진은 생각에 잠겼다. 이 사건을 공개하면 시어머니는 더 큰 사회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사생활도 공개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날 밤, 친정 집.
수진은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엄마, 방송국에서 인터뷰 제안이 왔어요."
"방송국?"
"네. 제 사건을 다루고 싶대요."
엄마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수진아, 그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해. 방송 나가면 네 얼굴이랑 이름이 다 공개되는 거야."
"알아요. 하지만... 저 같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 같아요. 이 사건을 알리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그래도..."
"엄마, 전 더 이상 숨고 싶지 않아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제가 숨어 지내야 해요?"
엄마는 수진의 손을 잡았다.
"네 말이 맞아. 네가 결정한 대로 해. 엄마는 네 편이야."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엄마."
다음 날, 수진은 방송국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터뷰 하겠습니다. 단, 조건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제 아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해주세요. 그리고 제 본명 대신 가명을 사용하고 싶어요."
"물론입니다.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작성한 문서, 커뮤니티 게시물, 카메라 영상 일부... 증거 자료를 제공할게요."
"감사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는 일주일 후로 잡혔다.
인터뷰 당일.
수진은 촬영 스튜디오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서니 긴장이 됐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자 술술 풀렸다.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절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으셨어요. 항상 제가 부족하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시를 시작하신 건가요?"
"네. 처음엔 제 외도를 의심하셨대요. 하지만 증거가 없으니까... 카메라를 설치하신 거죠."
"6개월 동안이나 촬영하셨다고요?"
"네. 제가 옷 갈아입는 모습, 부부 사이의 대화, 심지어 사적인 순간까지... 다 찍혔어요."
작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영상들은 지금 어떻게 됐나요?"
"일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갔어요. 시어머니가 저를 나쁜 며느리로 만들기 위해서요. 저를 집에서 쫓아내려는 계획이었죠."
"남편분은 알고 계셨나요?"
"네... 알고 있었어요. 처음부터요."
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남편도 시어머니 편이었어요. 제가 가장 배신감을 느낀 건 그 부분이에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이혼 준비 중이에요. 그리고 시어머니는 형사 처벌 받게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수진은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봤다.
"참지 마세요. 이건 가정 문제가 아니라 범죄예요.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걸 용서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피해자예요. 도움을 요청하세요. 경찰에 신고하세요. 혼자가 아니에요."
촬영이 끝나고 수진은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2주 후,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 사건으로 들끓었다.
"와... 이건 진짜 충격이다."
"시어머니가 아니라 범죄자잖아."
"남편도 쓰레기네. 알고도 방치하다니."
"나도 시어머니한테 비슷한 일 당했는데... 신고해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수진을 응원했다. 그리고 비슷한 피해를 겪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수진은 댓글들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위로받는 눈물이었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한 달 후, 1심 재판.
시어머니 옥분은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피고인 옥분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다."
"또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금 3천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한다."
옥분은 고개를 떨구었다.
수진은 방청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끝났어. 이제... 정말 끝났어.'
재판이 끝나고 수진은 변호사와 함께 법원을 나섰다. 기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수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정의는 승리합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 포기하지 마세요."
그날 밤, 수진은 지훈이와 함께 새 아파트에 짐을 풀고 있었다.
"엄마, 여기가 우리 새 집이야?"
"응. 예쁘지?"
"응! 나는 방이 있어?"
"당연하지. 저기 저 방이 지훈이 방이야."
지훈이는 신나서 자기 방으로 뛰어갔다.
수진은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제 시작이야. 새로운 인생.'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변호사였다.
"이혼 조정 최종 합의됐습니다. 위자료 1억 5천, 양육권 수진 씨, 양육비 월 150만 원. 축하드립니다."
수진은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변호사님."
※ 새로운 시작
6개월 후.
수진은 작은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있었다. 화면에는 블로그가 떠 있었다.
블로그 제목: '다시, 나로 살기'
최신 글: '시어머니의 감시에서 벗어난 지 6개월'
수진은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정확히 6개월이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저 잘 살고 있냐고요. 네, 잘 살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카페 한편에서는 지훈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엄마 옆에서 조용히 색연필을 칠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엄마, 이거 봐. 우리 집 그렸어."
"와, 우리 지훈이 정말 잘 그렸네. 이건 뭐야?"
"엄마랑 나. 그리고 여기는 외할머니."
수진은 그림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림 속에는 아빠가 없었다. 지훈이는 더 이상 아빠를 그리지 않았다.
"지훈아, 아빠 보고 싶지 않아?"
"...가끔. 근데 엄마가 더 좋아."
수진은 지훈이를 꼭 안아주었다.
"엄마도 지훈이가 제일 좋아."
그날 저녁, 수진은 엄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수진아, 요즘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
"그래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직장은 어때? 적응 잘 돼?"
"네. 처음엔 힘들었는데, 이제 괜찮아요. 동료들도 좋고요."
수진은 3개월 전부터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8년 만의 복직이었지만, 생각보다 적응이 빨랐다.
"월급은 많지 않지만... 제 돈을 버니까 뿌듯해요."
"그래, 그게 중요한 거지.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거."
"네. 이제 누구한테도 의존하지 않고 살 수 있어요."
엄마는 수진의 손을 잡았다.
"수진아, 정말 잘 견뎌냈어. 엄마가 봐도 대단해."
"엄마 덕분이에요. 엄마 아니었으면... 전 못 버텼을 거예요."
"무슨 소리야. 네가 강했던 거지."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
다음 날, 수진은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매주 한 번씩, 수진은 심리 상담을 받고 있었다.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요즘은 어떠세요?"
상담사가 부드럽게 물었다.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집에 혼자 있으면 불안했는데, 이제는 괜찮아요."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은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요. 가끔 렌즈 같은 게 보이면 심장이 뛰어요.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요."
"천천히 가세요. 시간이 약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수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 은지였다.
"수진아, 오랜만이야. 오늘 저녁에 시간 돼?"
"응, 괜찮아. 왜?"
"밥 먹자. 할 얘기가 있어."
"그래, 어디서 볼까?"
두 사람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저녁, 식당에서.
은지는 수진을 보자마자 안아주었다.
"수진아, 방송 봤어. 정말 힘들었겠다."
"응... 근데 이제 괜찮아."
"너 정말 대단해. 나 같으면 못 버텼을 거야."
"너도 할 수 있어. 누구나 할 수 있어."
두 사람은 식사를 하며 근황을 나눴다.
"그런데 은지야, 할 얘기가 뭐야?"
은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나도 시어머니한테 비슷한 일 당했어."
"뭐?"
"너 방송 보고 용기 냈어. 나도 신고했어."
수진은 놀란 표정으로 은지를 바라봤다.
"은지야..."
"시어머니가 내 핸드폰에 몰래 어플 깔아서 내 위치 추적하고, 문자 내용 다 봤대. 몇 년 동안."
"세상에..."
"너 덕분에 용기 냈어. 수진아, 고마워."
수진은 은지의 손을 잡았다.
"은지야, 잘했어. 정말 잘한 거야."
"응... 이혼 준비 중이야. 힘들지만... 너 보면서 배웠어. 나도 할 수 있다고."
"당연히 할 수 있어. 우리 함께 잘 살자."
두 사람은 서로를 격려하며 식사를 마쳤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수진은 블로그를 다시 열었다.
새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제목: '혼자가 아닙니다'
"오늘 친구를 만났습니다. 제 방송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도 저와 비슷한 피해를 겪고 있었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 이야기를 공개한 게 옳은 선택이었다는 걸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가족에게 감시당하고 있거나, 통제받고 있거나, 학대받고 계신 분이 있다면 꼭 기억하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이 겪는 일은 '가정사'가 아니라 '범죄'입니다.
참지 마세요. 도움을 요청하세요.
저처럼요.
그리고 믿으세요. 이 어둠이 끝나면, 반드시 새로운 아침이 옵니다.
저는 지금 그 아침을 살고 있습니다."
글을 올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음 날 아침.
수진은 지훈이와 함께 아침을 먹으며 계획을 세웠다.
"지훈아, 이번 주말에 놀이공원 갈까?"
"정말? 와! 좋아!"
"엄마랑 단둘이 갈 거야. 재밌게 놀자."
"응!"
지훈이는 신나서 시리얼을 먹었다. 수진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우리는 자유로워. 누구의 감시도, 통제도 없이 살 수 있어.'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왔다. 따뜻한 봄날이었다.
수진은 창문을 열었다. 신선한 공기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지훈아, 오늘 날씨 정말 좋다."
"응! 엄마, 나 유치원 가고 싶어."
"그래? 우리 지훈이 씩씩하네."
수진은 지훈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했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가정 폭력 피해자를 위한 책을 출간하는 프로젝트였다.
"수진 씨, 이 프로젝트 담당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수진은 기꺼이 맡았다.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 집으로 돌아온 수진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발신인은... 민수였다.
수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편지를 열었다.
"수진아,
잘 지내니? 나는... 후회하고 있어.
엄마 편을 든 것도, 네 말을 안 들어준 것도, 모든 게 후회돼.
너 없이는... 난 아무것도 아니더라.
다시 돌아올 수 없을까? 다시 시작할 수 없을까?
이번엔 정말 잘할게. 약속해.
민수"
수진은 편지를 읽고 천천히 접었다.
그리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수진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미소 지었다.
"수진아, 잘 살고 있어. 정말 잘하고 있어."
그날 밤, 수진은 지훈이를 재우고 혼자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블로그 댓글이었다.
"수진 님 덕분에 저도 용기 냈어요. 오늘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진 님, 당신은 제 영웅이에요. 항상 응원할게요."
"저도 비슷한 일 겪고 있는데... 이 글 보고 힘이 났어요. 고맙습니다."
수진은 댓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행복의 눈물이었다.
'내 고통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구나.'
수진은 창밖을 바라봤다.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엄마, 저 별 봐요. 저기 제일 밝은 별."
지훈이가 언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응, 예쁘지?"
"엄마도 저 별처럼 빛나."
수진은 그때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래, 나도... 이제 빛나고 있어.'
수진은 노트북을 열고 마지막 글을 썼다.
제목: '새로운 시작'
"친애하는 여러분,
오늘로 이 블로그를 마무리합니다.
이제 저는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로 살고 싶습니다.
아니, 그냥... '수진'으로 살고 싶습니다.
과거는 제 일부이지만, 제 전부는 아닙니다.
저는 이제 앞을 보고 걸어갈 겁니다.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
새로운 아침이 당신에게도 찾아오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수진 올림"
글을 올리고 수진은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내일은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수진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엔딩 멘트
"여러분, 오늘 〈진솔한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감시와 통제,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범죄입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비슷한 고통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부디 기억하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그리고 가까운 경찰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지 마세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오늘도 〈진솔한 대화〉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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